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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우의 인생책 리스트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이야기 새로운 100년

by 귀찬우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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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과 신질서의 구축 그리고 남북문제 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통일은 우리의 독립, 성장, 민주화를 완성해주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과거의 100년을 청산하고 미래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죠. 평화가 현재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이라면 통일은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대와 역사를 읽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시대를 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닫고서 역사적 책임의식을 지니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살던 내가 화들짝 깨어날 것입니다.

시대와 역사를 제대로 읽으ㅔ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남한만 보지 말고 한반도 전체를 봐야 합니다.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중국을, 나아가 세계를 봐야 합니다. 오늘에만 급급하지 말고 과거와 미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세계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면 화를 당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법륜스님은 통일을 늙은 부모를 어떻게 보양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통일을 부담이 아닌, 어린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같은 즐거운 흥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법률 스님의 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는 남과 북 두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북한 주민들의 삶을 세심히 살펴보고 굶주린 북한 동포를 도우며 통일방안을 연구하는 일을 줄기차게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일이라는 용어에 무척 식상해 있어요. 아주 진부한 용어로 들리죠. 더 이상 통일이 가슴을 뜨끈뜨끈하게 하는 그런 용어가 아닙니다.

사실 통일은 우리 가슴에 뜨거운 것으로 다가와야 하거든요. 제대로만 통일 이야기를 한다면 충분히 대중성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대중 앞에서 통일에 대해 1시간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지루해 하지 않아요.

지금 이 시대에는 남한 사회 내부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나 한반도 전체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나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양극화 해소와 통일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이 통합의 리더십을 꼭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통일에 의병처럼 기여하자는 거죠. 사실 통일운동뿐 아니라 그 어떤 사회활동에도 의병의 역할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려면 먼저 수행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욕심을 버려야 해요.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할 때도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요. 우선 나중에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국민적 지지가 생기고, 또 세력을 어느 정도 구축한 뒤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영입할 수 있겠죠. 그런데 먼저 앉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못 들어오잖아요. 그리고 조직이나 대중이 하라고 하는데 자기는 못한다고 뒤로 빠지면 책임을지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제가 청년들한테 이렇게 이야기해요. “너희가 이 역사를 바꾸려면, 지금 당장 고시에 합격할 수 있거나 삼성이나 현대 들어갈 재능이 있는 사람은 졸업하자마자 중소기업으로 가라. 그렇게 월급 80만원짜리 하청기업에 들어가서 2년만 근무해라. 그러면 세 가지 길이 생긴다. 첫째, 2년 근무 후에 그곳에서 나와 다시 재벌기업에 취직하면 하청기업을 대하는 재벌기업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할 수 있다. 둘째, 그곳에서 나와 정치를 하든가 공무원을 하면 국가가 중소기업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그곳에서 계속 일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그 기업을 살려라. 이렇게 해야 세상이 바뀌지, 너도 나도 조금하고 월급은 많이 받는 대기업에만 취직하려고 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나.” 기존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이렇게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죠. 아무튼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보겠다는 세력은 적어도 자기 희생의 각오와 도전정신이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남북 간에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어요. 그래서 무엇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지를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역사의식’입니다. 6000년에 달하는 장구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지금의 분단 현실을 보면 찰나일 뿐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가 역사 의식을 갖게 되면 통일의식도 갖게 되리라 생각했죠.

먼저, 미래의 안전문제부터 살펴보죠.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변 정세를 보면 심상치 않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급부상이죠. 지금까지는 미국 일변도 체제였는데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중이 점점 경쟁구도로 가는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에는 우리에게 예외없이 심각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것이 정권교체의 계기, 침략을 받는 계기, 나라를 뺏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변화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그렇게 당하는 거죠.

상황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화를 당합니다. 역사가 그걸 반복적으로 보여주죠. 기득권세력은 항상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에 보통 변화된 상황을 잘 자각하지 못해요.

우리 국민들은 역사의식이 부족합니다. 이유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민족적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남한과 북한이라는 이질세력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점에서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죠. 여기서 배울 것은 어떻게 이질적인 세력을 포용할 것인가입니다. 그들에게 현실적인 이익을 줘야 합니다. 그게 홍익인간에서 말하는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곧 토착세력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죠.

역사의식을 가지고 길게 본다면, 우리 미래의 파트너를 생각할 때도 중국보다는 일본과의 결합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을 보면 우리와 일본의 사이가 좋지 않지만, 크게 역사적으로 보면 문화사적 문명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동일 문명을 가진 같은 갈래에 있다는 거죠.

현재 중국이 갖고 있는 힘이나 성장 속도로 봐서는 우리가 고구려 발해의 옛 땅을 되찾을 기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없습니다. 통일을 하고, 북한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개발한 뒤, 통일한국이 중국의 동북 3성보다 훨씬 더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순위죠.

결국 신라는 시대의 변화를 잘 읽은 거죠. 동아시아에 당나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읽은 겁니다. 고구려가 과거에 강성했던 것만 믿고 시대변화를 제대로 못 읽어낸 것과는 대조적이죠.

그래서 이 사람들을 모아서 독립의병을 만들 듯이 통일의병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했던 거예요. 물론 의병만 갖고는 안 되고 관군과 의병이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합니다. 관군이 일을 잘하도록 한다는 것은 좋은 정부가 들어서서 책임있게 통일정책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의병은 그런 정부를 도와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맡아 해주는 거죠. 그렇게 합심해서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리나 봐요. 자기 개인의 행복과 이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정의롭고 평등해야 그 속에 있는 우리 모두가 혜택을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동체는 붕괴되어도 자기만 혜택을 보겠다고 하면 결국 자신의 삶도 몰락하겠죠.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모든 국민이 독립운동을 할 수는 없죠. 그 가운데 10퍼센트 정도만 나라가 처한 전체적인 현실을 인식하고 독립을 위해 뛰면 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약간의 지지만 해주면 되죠. 만세를 부를 때 같이 참여해준다든지, 독립군들이 오면 밥 한끼 해준다든지, 일제에 고자질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협력만 해줘도 나라의 독립에 기여하는 겁니다.

문제는 나라의 독립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10퍼센트 사람들의 자세입니다. 그 10퍼센트의 국민이 당장은 독립에 관심 없어 보이는 나머지 90퍼센트의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나라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지 않고 그 자각한 10퍼센트의 국민이 자각하지 못한 90퍼센트의 국민을 손가락질하며 저 사람들은 나라의 독립에 관심이 없으니까 독립 후 그들의 이익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독립운동마저도 엘리트 집단의 이기적인 운동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습니다. 1910년 한일합병 당시 만주와 연해주에는 이미 조선인이 10만 명 이상 나가 있었고, 1920년대에는 50만명, 1930년대에는 100만명을 넘어섰어요. 나라 잃은 설움과 가난에 못 이겨 쫓겨 왔지만 나라를 되찾겠다는 독립의 열기가 대단했죠.

독립이 되자 죽는 줄 알고 숨어 지내던 친일세력들은 이렇게 살길이 열리니까 미군정에 딱 달라붙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독립운동세력을 빨갱이, 좌파라고 몰아대면서 극심히 탄압을 하죠 그러니까 자연히 탄압받은 국내외 독립운동세력은 미군정과 그다음에 들어선 이승만 정부에 대해 비판적 저항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역사에 대한 기록도 달라지죠. 이승만 정부가 그런 배경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남북이 좌우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강조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니 국사 교과서에서 독립운동사 대목이 굉장히 왜소해졌어요. 상해임시정부 활동이나 3.1운동, 1920년대 초반의 청산리전투, 봉오동전투 등만 주요한 독립운동사로 남기고, 1930년대부터 해방 전까지 펼쳐진 사회주의 계열의 국내외 항일무장독립운동은 생략하거나 축소한 거죠.

어찌 됐건 북한의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정권의 중심에 놓게 되었고, 남한은 일부 민족주의 독립운동세력과 친일세력으로 정부를 수립한 겁니다. 독립운동의 경력만 놓고 볼 때는 북한 정부가 남한 정부보다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더 계승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초기 북한 정권은 남한 정권보다 정치적으로 더 안정돼 있었어요.

남과 북이 통일로 나아가려면 서로 공통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남북의 독립운동사가 완전히 상반돼 있었죠. 남한은 북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김일성부대의 무장항일운동을 부정하고 마적단 수준으로 보고 있잖아요.

같은 뿌리, 공통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사생결단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전쟁은 결과적으로 남과 북을 더욱더 경직되게 만들어버렸어요. 전쟁 전에는 남한에 친일세력도 있고, 민족주의자도 있고, 사회주의자도 있었고요. 그런데 전쟁을 겪으면서 각각 획일화됐죠…

국제정세를 읽지 못한 게 큰 실수였죠. 자기들 주도세력만 생각했지 밖을 제대로 안 본 거죠. 자기들의 열정만 생각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어요.

평범한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길게 보면 150년간의 근현대사에서 누적되었던 역사의 상처를 몸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민중에 대해 실망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그 현대사 속에서 형성된 우리 민중의 현실인식이니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죠. 우리가 사회운동을 할 때 대중성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중에게 너무 위험 부담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러면 대중은 못 나서요.

우리가 새롭게 세우고자 하는 통일국가는 민중의 한이 풀어지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또한 소수가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민주사회여야 한다는 거죠. 지역적으로도 차별이 없고 어느 정도 평등한 사회여야 합니다. 그리고 늘 강대국 옆에 붙어 있던 약소국의 지위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에서 고구려, 발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주국가여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부정의와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통합의 리더십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로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좌우를 아우르고, 북한과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좌우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죠. 그것이 결국 최종적 승리를 담보하는 길입니다. 예전의 운동이 승패를 통한 승리였다면 지금은 승패를 초월한 승리로 가야 합니다.

지금의 북한은 사회 경제적으로는 거의 붕괴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적인 통제방식이나 군사적인 체제는 상당히 온존되고 있어요. 지배세력들까지도 불평이 많지만 아직 권력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거나 그러지는 않죠

어쨋거나 우리가 긴 시간으로 볼 때는 당연히 바뀌겠죠. 그런데 짧은 시간으로 볼 때는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마치 얼음이 녹고 있을 때 온도가 오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온도만 측정하면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얼음에서 물로 상태가 바뀌고 있는 거죠.

저는 외부와 내부, 두 가지 요인이 다 있다고 봐요. 북한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으로부터 지난 60년 동안 경제 봉쇄를 당했고, 또 남북 간의 체제 경쟁 속에서 한미군사동맹에 대응한 군사비를 북한 경제수준에 비해 과다하게 지출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 보니 경제를 성장시킬 여력이 약해지면서 경제가 피폐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동유럽이 몰락하니까 대외무역을 할 수 있는 거래처들이 끊겼고, 자본주의 국가로부터는 경제 봉쇄를 당했으니 결국 고사하는 단계로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저는 그 외부 요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4~5년 정도 지나면 모순이 극대화하지 않을까 싶어요. 북한 체제의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다 한계점에 도달했거든요. 무기를 팔아서 외화 벌이를 하는 것도 이제 막혔잖아요. 그래서 석탄을 팔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중국에다 광산을 팔고 있죠. 그런데 석탄 수출은 당장 북한 내 화력 발전 축소 등 에너지 부족을 가져오게 됩니다. 요즘은 자원을 파는 데 한계가 있으니 북한의 노동력을 해외에 팔아 외화벌이를 합니다.

북한 인구 중 어느 정도가 제대로 못 먹고 있나요? 절반 이상이라고 봐야죠. 그중 또 절반은 생존을 겨우겨우 유지하는 절대빈곤의 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못 먹는 사람의 민란이 일어나지 못 하는 이유? 첫째는 억압구조가 아주 강고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일사상 10대 원칙 등 사상 교양 교육이 그동안 엄청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셋째는 북한 정부가 천리마 운동 등 사회주의 건설 과정 초기에 대중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짚고 가자면, 통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죠. 그 때문에 통일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반드시 풀면서 가야 합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쩌면 노동자가 통일을 반대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이 통일을 찬성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역사를 상대로 도박을 하면 안 됩니다. 역사를 제대로 이끌려면 순리에 따르면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그 중심에서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하면 국민이 더 행복한가 하는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겁니다.

사람이 한 300년을 산다면 이러지 않을 겁니다. 자기가 사는 동안의 경험에만 의지하니까 그렇죠. 자기의 경험이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던 기간의 것이어서 그런 사고가 형성된 겁니다.

남북관계를 봅시다. 남쪽에서 충분히 준비가 돼 있다면 북쪽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를 평화통일에 유리하도록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니 기회가 되기보다는 위기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운동은 자기 자신의 삶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만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자기 혁신을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을 중요시하는 관점을 갖게 됐고요. 수행을 단순히 운동의 품성을 잘 가꾸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중요한 내용으로 승격시킨 겁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도 그런 방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성 정치세력을 비판해봐야 서로 싸우기만 하니 어떤 새로운 모델, 참신한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과 방식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아가면 국민의 지지가 따라붙게 되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배우겠죠.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청춘 콘서트도 많은 사람들이 따라 배웠잖아요.

그럼 그 다음 세대는 어떤가요? 이제 먹고 살만해진 데다가 민주화도 이루어진 사회에서 이 민주화를 이룬 세대의 자녀들은 무슨 생각을 합니까? 이들이 지금의 20대, 30대가 됐죠. 이 젊은이들은 목숨 바쳐 민주화하자는 생각이 전혀 없어요. 대부분의 관심사가 취직을 어떻게 할지, 아기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지, 집은 어떻게 장만할지, 늙으면 어떻게 살아갈지, 병들면 어떻게 할지 같은 것입니다. 대학교에 가도 취직에 관심이 있지, 나라의 통일과 서민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자는 사람은 소수뿐이죠. 그렇다면 새로운 세대를 무엇을 원할까요? 첫째 세대는 경제 발전을, 둘째 세대는 민주화를 원했는데, 지금 셋째 세대는 행복을 원합니다.

내가 우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러면 행복을 담보해주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굳이 표현하자면 일자리, 보금자리, 결혼, 육아, 자녀교육, 노후보장 등에 대한 요구가 어느 정도 잘 충족된 사회를 복지사회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 주는 것을 복지라고 했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의 행복을 배려하고 그런 요구를 수용하는 사회가 복지사회입니다.

복지사회에서 사람들의 요구는 다양합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국민들의 요구가 독재 타도, 직선제 개헌으로 통합되었는데, 복지사회에서는 요구가 저마다 다양하고 분산돼 있어요. 예전에는 자동차가 그저 있기만 해도 됐는데 이제는 무슨 자동차인지 몇 년산이지는 따지는 시대죠. 각각의 요구가 다양해졌으니 이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는 당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다당제가 돼야 합니다. 한 당으로 다 수용되지 않습니다. 아니면 한 당안에 다양한 정파가 있어야 하는 거죠. 다양한 요구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면 결국 어떤 하나가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이런 조율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통합의 리더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내 것을 내세우되 상대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것이죠. 제가 말하는 중도는 이것과 저것의 중간이 아닙니다. 이것만도 아니고 저것만도 아닌 한 차원 위에서 이것저것 다 포용하는 것입니다.

망설일 때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양쪽의 비중이 비슷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거든요. 더 고민한다고 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어요. 사실 망설인다는 것은 결과가 나쁠 경우에 책임을지지 않으려는 겁니다. 그럴 때는 아무 선택이나 해도 괜찮은데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면,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아요. 가까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차피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 결론이 나오지 않아요.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대쪽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며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통일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남북문제라는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는 거죠. 정보전을 하고, 주변국을 설득하는 외교전을 하고, 북한 개발 전략을 짜는 경제전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 개발 문제로 중국과 경쟁하게 되면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북한 퍼주기’라며 국내 반발 여론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우리에게는 역사의식과 국가 미래비전이 있는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평화를 딛고 통일로 가겠다는 국가 비전, 이 국면에서 어떻게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국가 비전이 분명한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일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해야 할 일이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이죠.

민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통일추진 정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보여줬잖아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입니다. 같은 대한민국 정부이고 주변 상황도 비슷한데, 새로운 정치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평화와 통일의 관점에서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펼치니까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이를 전제로 하면서, 통일로 가는 길에 우선 남한의 정치제도와 정치문화를 바꿔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북한이 따라 배우게 해야 합니다.

첫 번째,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 사회 정치 시스템을 보면,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고,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뽑고, 시장을 내 손으로 뽑는 선출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선출된 지도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나 방식은 옛날의 독재나 왕정시대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바꾸려면 대통령에 집중된 권환의 일부가 분산되어야 해요. 각 부처 장관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이관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장관의 권환이 청와대 비서관만도 못하다고들 하잖아요.

두 번째, 중장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중앙정부가 모든 걸 결정합니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을 중장정부와 지방정부가 8대 2로 씁니다. 이 비중이 6대 4는 되어야 합니다. 지방정부가 연방 수준의 지방자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전라도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전라도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경상도의 문제는 경상도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의 장점과 중국의 장점을 잘 배합한 새로운 시스템이 없겠는가? 이것이 요즘 세계적으로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장기적인 훈련을 통해 지도자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부정부패가 없는 투명한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민주주의의 장점을 살리되 포퓰리즘을 없앨 수 없는 길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ㅅ헤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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