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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우의 인생책 리스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귀찬우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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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술은 인간 의지의 표현이다. 도구를 통해 우리는 힘을 키우고 자연, 시간, 거리는 물론 타인 등 주변 환경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기술은 크게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우리의 자연적 능력을 보완하거나 극대화시키는 방식에 따른다. 쟁기, 바늘, 전투기 등을 아우르는 한 무리는 우리의 체력, 민첩성, 또는 복원력을 키워준다. 두 번째 무리는 현미경, 확대경, 가이거 계수기 등으로 우리 감각을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 저수지, 피임약, 유전자 변형 옥수수 등의 기술을 아우르는 세 번째 무리는 우리가 필요나 욕망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자연의 모습을 바꿔놓는다. 지도와 시계는 네 번째 무리에 포함된다. 이는 정신적 능력을 확장시키거나 또는 지원하는데 사용되는 모든 도구들, 즉 정보를 찾고 분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노하우와 지식을 나누기 위해, 측정하고 계산하기 위해, 우리 기억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들을 활용한다.

모든 지적 기술은 지적 윤리, 인간의 사고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구현하고 있다. 지도와 시계는 비슷한 윤리를 공유하고 있다. 양쪽 다 측정과 추상적 개념, 인식과 정의하는 방식, 명백한 감각 그 너머에서 일어나는 과정 등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발명가들은 기술에 대한 지적 윤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발명가들은 특정 문제나 골치 아픈 과학적 기술적 딜레마를 푸는데만 지나치게 집중해 자신들이 한 일이 가져올 거시적인 영향은 보지 못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는 자들 역시 그 윤리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 그들 역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실용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개념적 사고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세상의 숨겨진 구조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지도를 개발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기술의 힘을 과소평가했으며, 도구는 중립적 물건으로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소망에 완전히 복종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도구란 인간의 목적을 획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며 스스로의 목적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사실이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견해는 이러한 도구주의다.

개인과 지역사회가 어떤 도구를 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해도 이것이 생물의 한 종으로서 기술 변화의 속도나 방향에 대한 특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생각은 우리가 지도와 시계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고는 믿을 수 없게 한다. 게다가 기술이 등장했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부작용을 우리가 ‘선택’했다고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다.

“근대 사회에서의 경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술은 단순히 인간 활도의 보조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과 의미를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이다.”

때때로 도구는 우리가 명령하는 일만 수행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우리가 도구의 요구에 따라 적응하기도 한다.

우리가 매분 그리고 매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시냅스 내 화학물질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또 뇌를 바꾸어놓는다.

“모든 독서는 계획을 하고, 단어의 소리와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전두엽과 측두엽을 사용하지만 표의문자 체계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부분, 특히 기억력 강화를 위해 사용하는 부분을 활성화한다.

실용적인 이익은 인정하지만 알파벳이라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를 부정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부 기호가 내부의 기억력을 대체하면서 글쓰기는 우리를 피상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만들며, 우리가 진정한 행복과 지혜로 향할 수 있는 지적인 깊이를 획득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꿈을 꾸는 것처럼 나의 감각과 생각이 집중되는 경지에 들어간다. 그러면 이 침묵의 긴 시간과 함께 기억의 폭풍은 마음속에서 전해지고, 갑자기 예상치 않은 기쁨이 가슴에서 일어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사용하는 일이 완벽하게 보편화되지는 못한다.

깊이 읽는 독자의 집중력이 간직한 ‘조용함’과 ‘고요함’은 시의 ‘의미의 일부’가 되고, 이는 생각과 표현의 ‘완벽함’이 책장에 이르는 길을 형성한다.

‘독자들은 이야기에서 각각의 새로운 상황과 마주칠 때마다 정신적인 자극을 받는다. 글에서 행동과 감각에 관한 상세한 부분을 파악해 과거 경험에서 얻는 개인적 지식과 결합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결합은 언제나 긴밀한 공생관계에 있는데 이는 상호 간 지적, 예술적 비료를 주는 행위다. 작가의 말은 독자의 사고에 촉매제로 작용해 새로운 시각, 연상, 인식과 때로는 깨달음의 순간을 불러온다. 또한 집중적이고 비판적인 독자의 존재는 작가의 작품에 자극을 제공한다. 저자가 새로운 형태의 표현을 시도하는 데 있어 자신감을 심어주고, 어렵고 고통스럽기만 한 생각의 과정에 불을 지피기도 하며,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때로는 위험한 영역까지 도전하도록 한다.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온라인 문서 페이지는 인쇄된 문서 페이지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웹문서를 스크롤하거나 클릭하는 것은 책이나 잡지 페이지를 넘길 때와는 다른 신체적인 동작과 감각적 자극을 수반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서라는 인지적 행동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을 동원한다. 이는 시각적일 뿐 아니라 촉각적이다. 노르웨이의 문학 교수인 앤 만젠은 ‘모든 독서는 멀티 감각적’이라고 했다. 글로 적힌 저작물이라는 ‘유형의 물질에 대한 감각적 운동 경험과 문자 콘텐츠에 대한 인지 과정’ 사이에는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종이에서 스크린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글이 담긴 문서를 살펴보는 방식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이 변화는 이 문서에 집중하는 정도와 빠져드는 깊이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울 경우 우리는 짧고 달콤하고, 혼합된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 세상에 들어갈 때 우리는 겉핥기식 읽기, 허둥지둥하고 산만한 생각 그리고 피상적인 학습을 종용하는 환경 속으로 입장하는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피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처럼 인터넷을 서핑하는 동안에도 깊은 사고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는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권장하고 또 가져다주는 사고의 종류는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뇌의 가소성에 대해 아는 상황에서 우리의 정신적 회로를 가능한 한 가장 빠르고 철저하게 새로 조립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려 들 겨우, 결국 인터넷처럼 기능하거나 혹은 그와 비슷해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인터넷을 자주, 심지어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터넷은 뇌의 회로와 기능에 강력하고 빠른 변화를 낳는 감각적이고 인지적인 자극, 즉 반복적이고 집중적이고 쌍방향적이고 중독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10대를 포함해 청년들은 ‘동료들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무리에서 낙오되는 데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메시지 보내기를 멈춘다면 유령인물로 전락할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웹 페이지를 훑어보는 데 시간을 보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사라졌듯이, 작은 글자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 때문에 문장과 절을 지어내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사라졌듯이, 링크들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보내는 시간이 조용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몰아냈듯이 오래된 지적 기능과 활동에 사용되던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자들의 집중적인 뇌 활동 양산은 깊은 독서 등 지속적인 집중을 요하는 행동들이 온라인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해준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찰나의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링크들을 평가하고 또 관련 내용을 검색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방해가 되는 문서나 다른 정보로부터 뇌를 분리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정신적 조정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방해 요소를 거러내고 전두엽의 문제 해결 기능을 잠재움으로써 깊은 독서는 깊은 사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숙련된 독서가는 고요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지 소란스러운 사고를 지닌 이가 아니다. 많은 뉴런이 활성화될수록 좋다고 추측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두 개의 다른 기억, 즉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즉각적인 인상, 감각 그리고 생각들을 단기 기억 속에 품고 있으며 이는 불과 몇 초 동안만 지속된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은 장기기억에 저장되며 이는 우리 뇌 속에 며칠, 몇 년 또는 평생 동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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