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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우의 끄적끄적

그 날의 모든 것

by 귀찬우 2023. 11. 1.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이었고, 우리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를 찾아다닌다. 이번 년도 1월 1일에 부안의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돋이 뷰가 잘 보일만한 장소를 찾아서 갔다. 그리고 형들의 인생 샷을 찍어주려고 사진 밑단에 발끝을 맞추며, 최대한 밑에서 올려다보게 찍었다. 그리고 해돋이와 함께 느껴지는 풍경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구도를 찾았다.

 

  사진을 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돋이를 보러 온 목적이 무엇이지?’ ‘인생 샷을 건져서 남들한테 자랑하기 위해서?’ ‘아니면 형들과 추억을 만들면서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서?’

 

  나는 분명히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면서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며,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함으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형들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사진을 잘 찍어야 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어쩌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남들과 경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청년들도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정말 많이 찍는다. 내 친구들의 SNS만 생각해봐도 게시물에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SNS계정에 인스타 감성이 담긴 사진을 업로드하곤 한다. 사진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잘 나온 사진을 보면서 자기만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진을 가지고도 경쟁을 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것 같다. 추억을 만들기 위한 매체가 추억을 감소시키는 역설적인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는 사회의 속삭임, 인생 샷을 건져서 SNS에 올려야한다는 압박감.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정말로 빨리 변해가며 흘러가는 사회도 이와 같은 것 같다. 학창 시절에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그 시간들을 잘 보내기 위해 경쟁하며 살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을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이 사회에는 우리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 함께 꿈을 꾸며 성장해나가는 친구들. 그들이 있어서 살아갈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카르페 티엠’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를 즐기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라는 의미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나는 오늘부터 소소한 행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의 모든 살아가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사진을 찍을 때도 경쟁에 집중하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기로 했다. 그 날의 온도, 그 날의 감각, 그 날의 감정. 그 날의 모든 것은 내가 붙잡으려도 해도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까.